thingxleft
240309

너무나
너무나 많은 일들이 동시에 목을 늘어뜨리고 기다리고 있는 요즘
유튜브 3월 운세 타로가 말해 준 모든 게 잘 풀릴 거라는 말을 믿고
이번 달도 저벅저벅 걸어가보자

 

* * *

 

요즘 일을 할 때는 "2분보다 적게 걸리는 일이면 당장 하기"
이 말을 실천해보고 있는데 제법 도움이 된다
대체로 하기 싫은 마음 다스리기 58분과

실제 업무 2분으로 구성된 1시간을 보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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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남지은, 마트료시카

이사를 했다

주전자엔 새 물이 끓고 있다

익숙한 데서 옮겨와

유리잔 몇 개는 꽃병이 됐다

문득 궁금했고 자주 궁금했던 친구들과 앉을

식탁엔 꽃병을 두었다 꽃도 말도 정성으로

고르고 묶으면 화사한 자리가 되어서

곁이란 말이 볕이란 말처럼 따뜻한 데라서

홀로는 희미한 것들도 함께이면 선명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걸까 왜 나만 남았을까

그런 심정은 적게 말하고 작게 접어서

비우고 나면 친구들이 와

새롭게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식탁엔

커피잔을 들면 남는 동그란 자국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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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이현승, 가로등을 끄는 사람

새벽 다섯시는 외로움과 피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
외로워서 냉장고를 열거나
관 속 같은 잠으로 다이빙을 해야 한다.

만약 외로운데 피곤하거나
피곤하지도 외롭지도 않다면 우리는
산책로의 가로등들이 동시에 꺼지는 것을 보거나
갑작스레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잠시 뒤엔 불 꺼져 깜깜한 길을 힘차게 걸어가는 암 환자가 보일 것이다.
구석으로 숨어든 어둠의 끄트머리를 할퀴는 고양이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외로움과 피곤과 배고픔과 살고 싶음이 집약된,
더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열정으로 고양된 새벽,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열정으로 살아 있는 다섯시
저기 어디 가로등을 끄는 사람이 있다.
고요히 다섯시의 눈을 감기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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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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