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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우리는 시를 사랑해 113회 메일 중

  (..) 저는 얼마 전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는데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온 친구를 보며,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청첩장을 받기 위해 친구를 만났던 날, 친구에게 결혼을 결심한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어서, 라고 답해주었지요. 질투가 날 만큼 멋있는 이유였습니다. 스스로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삶을 함께할 사람을 선택했다는 뜻이니까요. 그건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무엇인가를 바라는 대신, 내 삶을 함께 나눌 사람을 정했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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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경, 정신에게

정신에게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사람 알면 뭐 해.

그것은 자랑거리도 못되고 그저 불려다녀야 하니 몸만 피곤한 것.

나는 성격이 좀 모가 나도 삐딱해도 너의 파리한 손끝과 예민한 핏대에 순종하여 함께 있는 시간이 달다.

그리하여 이제껏 본 적 없는 긍정적인 내가 된다.

이런 것은 참 좋은 것.

뭐라 해도 달콤한 것.

네가 좀 못됐어도 내가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 착한 사람을 알면 또 무엇해.

그것은 역시 자랑거리도 못 되고 많은 이들 가운데에 외롭기만 그지 없다.

 

-

나는 정신을 2004년에 처음 만났다.

민선언니 소개로 나간 자리였다.

난생 처음보는 한 작은 애가 시작부터 영롱한 무엇이었다. 완전히 달랐다.

 

아홉살에도 열네살에도 스물셋에도 내가 찾던 사람.

그 나이엔 어디에 살았느냐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실제로 그런 질문을 막 해댔었다.

 

글리세린을 섞은 듯 쉽게 증발하지 않는 정신의 이야기들은 뒤틀어져 엉거주춤 힘겨운 숨을 내쉬던 나를 촉촉히 펴주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십오년이 흘렀다.

서수남 하청일같이 사이 좋게 쏘다녔다.

 

이제 나는 정말 더 찾지 않는다.

 

어떤 해는 정신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덥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정신 생일을 축하해

2019 9 14 홍진경

 

출처 : 홍진경 님 인스타그램(@jinkyung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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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이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

세상은 넓다. 너를 놀라게 할 일도 많겠거니와 또 배울 것도 많으리라. 축복한다.

(이상, 매상(妹像) -1936년 옥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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