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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Love poem> 앨범 소개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괴로워 재촉하듯 건넸던 응원과 위로의 말들을,
온전히 상대를 위해 한 일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 내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참견을 잘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그런 행동들이 온전히 상대만을 위한 배려나 위로가 아닌 그 사람의 평온한 일상을 보고 싶은 나의 간절한 부탁이라는 것을 안다.
염치 없이 부탁하는 입장이니 아주 최소한의 것들만 바라기로 한다.
이 시를 들어 달라는 것,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것.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얼마든 함께 걸을 수는 있다. 또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들처럼 나도 진심 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
 
그렇게 차례대로 서로의 시를 들어 주면서,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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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김호수, <솔로몬의 위증>

  소우야, 나 많이 생각해봤어. 네 질문의 정답은 뭘까. 내가 뭐라고 했어야 널 붙잡을 수 있었을까. 수도 없이 그날 밤을 떠올리고 되뇌이면서 오랫동안 헤맸어. 그리고 이제 대답할 수 있어. 난 아직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몰라.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을 거야. 사람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

 

  소우야, 삶은 명제를 붙일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야. 끊임없는 반전이고 셀 수 없는 희비야.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 거였어. 때로는 몸을 웅크리고, 때로는 손을 뻗어가면서, 고독한 섬으로 남고 싶어 하면서, 요란한 파도를 기다리기도 하는 그런 불완전한 마음으로. 넌 틀렸어. 오답을 갖고 세상을 떠났어. 아름다운 음악을 전주만 듣고 꺼버렸어. 예쁜 꽃나무를 빗속에서 지나쳤어. 늘 어둠뿐이라고 단언했던 네 삶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방이었어. 바뀔 수 있었어. 괜찮아질 수 있었어. 그래서 넌 틀렸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이제 봄이 오려고 한다. 나는 겨울에 엄마를 잃었고, 겨울에 아빠를 잃었고, 겨울에 너를 잃었지만... 그래도 내 세상에 봄이 오려고 눈이 녹고, 새싹이 나. 날이 맑고, 바람이 좋아. 그래서 난 지치지 않으려고. 비록, 이런 삶일지라도.

 

- 12화, 지훈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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