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경, 정신에게

정신에게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사람 알면 뭐 해.

그것은 자랑거리도 못되고 그저 불려다녀야 하니 몸만 피곤한 것.

나는 성격이 좀 모가 나도 삐딱해도 너의 파리한 손끝과 예민한 핏대에 순종하여 함께 있는 시간이 달다.

그리하여 이제껏 본 적 없는 긍정적인 내가 된다.

이런 것은 참 좋은 것.

뭐라 해도 달콤한 것.

네가 좀 못됐어도 내가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 착한 사람을 알면 또 무엇해.

그것은 역시 자랑거리도 못 되고 많은 이들 가운데에 외롭기만 그지 없다.

 

-

나는 정신을 2004년에 처음 만났다.

민선언니 소개로 나간 자리였다.

난생 처음보는 한 작은 애가 시작부터 영롱한 무엇이었다. 완전히 달랐다.

 

아홉살에도 열네살에도 스물셋에도 내가 찾던 사람.

그 나이엔 어디에 살았느냐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실제로 그런 질문을 막 해댔었다.

 

글리세린을 섞은 듯 쉽게 증발하지 않는 정신의 이야기들은 뒤틀어져 엉거주춤 힘겨운 숨을 내쉬던 나를 촉촉히 펴주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십오년이 흘렀다.

서수남 하청일같이 사이 좋게 쏘다녔다.

 

이제 나는 정말 더 찾지 않는다.

 

어떤 해는 정신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덥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정신 생일을 축하해

2019 9 14 홍진경

 

출처 : 홍진경 님 인스타그램(@jinkyung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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