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 쌓이는 시간들이 있다. 나도 너의 첫 번째가 아니고 너도 나의 첫 번째가 아니고 심지어는 두, 세 번째도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 .. 가끔 그런 관계의 부재를 상상하곤 잘 아는 동네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된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참 이상하기 짝이 없다. 나의 일상이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사소한 애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이럴 때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애정이 너의 일상을 단단한 행복으로 채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언제나 혼자는 아니라는 걸 믿기 위해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십여년 전 어떤 잡지에서 황소자리의 행운의 숫자가 6이라는 걸 읽은 뒤로 줄곧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6이다 모나지 않고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이 좋은데 사실 이유는 나중에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때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 오래도록 나를 이루는 부분이 된다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해
박은태 배우가 본인의 역에 대해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하므로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이라도 함께 하자는) 그런 말을 하는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극은 실패한 극이다." 라고 언급한 내용에 더없이 공감한다 그리고 본인이 말한 문장이 곧 내가 본 로버트와 정확히 같아서 다시 한 번 그리워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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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끝자락에 프란이 부르는 넘버..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떠났다면, 아이들이 크는 걸 보지 못했다면, 전화를 했다면.. 수많은 선택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결과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 프란이 자꾸 생각나..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사실 하루 종일도 말할 수 있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요, 하는 표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극에서 알았네 수많은 만약으로 이루어진 극이자 프란의 인생이고 우리의 인생이었음을 자꾸만 떠올리고 있음 간절하게 함께 떠나길 바라며 눈을 맞추던 로버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요하지 않는, 당신이 원한다면, 이 대전제가 되는 로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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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이끄는 강한 빛.
- 나도 사랑해요,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 아뇨, 아뇨. 그러지 말아요. 이제 안돼요. 그동안 함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혹시나 그 사람이 날 필요로 할까봐 그랬던 거예요.
- 당신 전화를 너무나 기다렸지만 당신이 한 선택을 존중해요
- 나의 사랑을 매일 느꼈기를 바라요. 나는 당신의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영원히.
대사 하나하나에 다 코멘트 달 수 있고 사실 재연에선 없어졌지만 초연의 "한 가지 할 이야기가 있어요, 단 한 가지만. 다시는 하지 않을 거예요. 기억해 주세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 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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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나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연출이 정말 아름답다 계속 변하는 하늘이며 창문과 문, 소품을 나르는 배우들의 손짓까지도.. 마지막에 뒤집힌 옥수수밭을 보며 이유를 알 수 없이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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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보고 올 때마다 너무 아름다워서 여운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왠지 프랑켄슈타인의 '나 그 꿈 속에 살 순 없었나~' 하는 멜로디가 자꾸 생각나는ㅋㅋㅋ 겨우 세 번 봤는데 총막 전까지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매일 셈하고 있다 처음으로 모든 걸 다 걸었던 로버트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당신을 사랑한다는 프란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살아간다니 믿을 수 없어 순간을 영원으로 그 나흘에 영원히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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