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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2

느슨하게 쌓이는 시간들이 있다. 나도 너의 첫 번째가 아니고 너도 나의 첫 번째가 아니고 심지어는 두, 세 번째도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 .. 가끔 그런 관계의 부재를 상상하곤 잘 아는 동네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된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참 이상하기 짝이 없다. 나의 일상이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사소한 애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이럴 때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애정이 너의 일상을 단단한 행복으로 채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언제나 혼자는 아니라는 걸 믿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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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0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십여년 전 어떤 잡지에서 황소자리의 행운의 숫자가 6이라는 걸 읽은 뒤로 줄곧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6이다 모나지 않고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이 좋은데 사실 이유는 나중에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때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 오래도록 나를 이루는 부분이 된다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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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박은태 배우가 본인의 역에 대해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하므로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이라도 함께 하자는) 그런 말을 하는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극은 실패한 극이다." 라고 언급한 내용에 더없이 공감한다 그리고 본인이 말한 문장이 곧 내가 본 로버트와 정확히 같아서 다시 한 번 그리워하고 있음

*

2막 끝자락에 프란이 부르는 넘버..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떠났다면, 아이들이 크는 걸 보지 못했다면, 전화를 했다면.. 수많은 선택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결과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 프란이 자꾸 생각나..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사실 하루 종일도 말할 수 있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요, 하는 표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극에서 알았네 수많은 만약으로 이루어진 극이자 프란의 인생이고 우리의 인생이었음을 자꾸만 떠올리고 있음 간절하게 함께 떠나길 바라며 눈을 맞추던 로버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요하지 않는, 당신이 원한다면, 이 대전제가 되는 로버트.

*

-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이끄는 강한 빛.
- 나도 사랑해요,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 아뇨, 아뇨. 그러지 말아요. 이제 안돼요. 그동안 함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혹시나 그 사람이 날 필요로 할까봐 그랬던 거예요.
- 당신 전화를 너무나 기다렸지만 당신이 한 선택을 존중해요
- 나의 사랑을 매일 느꼈기를 바라요. 나는 당신의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영원히.

 

대사 하나하나에 다 코멘트 달 수 있고 사실 재연에선 없어졌지만 초연의 "한 가지 할 이야기가 있어요, 단 한 가지만. 다시는 하지 않을 거예요. 기억해 주세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 도 좋아한다

 

-

연기나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연출이 정말 아름답다 계속 변하는 하늘이며 창문과 문, 소품을 나르는 배우들의 손짓까지도.. 마지막에 뒤집힌 옥수수밭을 보며 이유를 알 수 없이 눈물이 났다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보고 올 때마다 너무 아름다워서 여운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왠지 프랑켄슈타인의 '나 그 꿈 속에 살 순 없었나~' 하는 멜로디가 자꾸 생각나는ㅋㅋㅋ 겨우 세 번 봤는데 총막 전까지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매일 셈하고 있다 처음으로 모든 걸 다 걸었던 로버트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당신을 사랑한다는 프란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살아간다니 믿을 수 없어 순간을 영원으로 그 나흘에 영원히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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