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30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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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희곡에 약간의 재해석이 들어간 연극이었다. 그야말로 고전적인 말투로 대사를 하는데 어색하지 않고 전달력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많았다. 

 

시작할 때 의자를 가지고 나와서 다 같이 희미한 휘파람을 부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여름밤인데도 스산하고 적막한 무덤가를 보는 듯한 연출.. .. 수미상관의 구조로 다같이 어떤 액션을 취하기 전에 호레이쇼가 습- 하는 소리를 내는데, 끝나고 생각해보니 그 무대의 유일한 생존자라 이 극 자체가 호레이쇼가 들려주는 이야기였던 건가? 싶었음

 

약한 존재여 그 이름은 여자, 이 대사는 원작 그대로지만 참,.. 별로다. 햄릿이 걍 전체적으로 15세 사춘기를 겪는 남자애 같았다. 고결하고 아름답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어머니 → 수치를 모르고 음탕한 색욕의 화신이자 짐승만도 못한 존재 이 따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패륜 한 번 거창하게도 한다. 어머니를 욕되게 하기 위해 별에 별 천박한 비난을 하는데 대부분이 성적인 타락에 대한 내용이라 머리가 아팠음. 어제 성교육 처음 받은 비뚤어진 십대의 심연 그 자체; 계집질이며 뭐며 이런 대사가 나올 때마다 참 유구하게도 여자는 인간 취급을 못 받았구나 싶어서 몰입이 안 됐다. 불편한 게 많아져서 자꾸만 극들을 떠나보내주고 있음

 

아무튼간에 죽은 아버지 유령 보고 360도 훼까닥 돌아서 살인에 패륜에 거창한 좌절을 겪는 햄릿보다.. .. 레어티스와 오필리어 쪽이 훨씬 와닿았다. 불쌍한 가족.. 이 가족 나올 때마다 극의 분위기도 가벼워지고 웃음이 나왔는데 햄릿이 그 모든 행복을 산산조각 내버려서 참나.. 이리저리 도구로 휘둘린 오필리어며 손도 못 쓰고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고 본인도 부서진 레어티스며.. 주인공은 햄릿이지만 그의 슬픔은 타인의 불행에 대해 어떤 이유도 될 수 없다. 이 가족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서 더더욱 햄릿을 모난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음

 

와중에 양승리씨 훤칠하고 잘생겨서 레어티스 나올 때마다 히죽히죽 정말 오빠의 이데아다. 

 

햄릿은 거트루드의 재혼 이후 어머니를 잃은 것마냥 궁상을 떨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거트루드는 어머니가 아닌 적이 없었음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햄릿을 사랑했는데 어이구 이놈아.. 아버지만 네 가족이더냐 

 

다 보고 나서는 친구한테 이거 햄릿♡호레이쇼냐? 하는 질문이 절로 나옴. 암튼.. .. 연기도 대사도 모두 좋았지만 이런 엥 포인트가 있어서 두 번은 안 볼 것 같다.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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