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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재, 마지막의 들판

내 다정한 안부를 전해요

둘이 듣는 혼잣말처럼, 한 번도 들린 적 없는 속삭임처럼

 

여기는 지구의 첫 별이 뜨는 곳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모서리를 접는 곳

이상하게 부풀었다가 기쁘게 사라지는 곳

 

그러니 잊어도 좋아요 구름을 구획하는 바람이 우리를 거둘 때까지

둥글게 둥글게 여행을 떠나요

기억할 필요 없어요

뚫린 천장 위로 날아간 새가 자신의 곡선을 기억하지 않듯이

처음 태어난 지도를 따라

단종(斷種)될 말들의 사막을 건너가요

 

모래의 책을 건널 때마다, 넓어서 캄캄할 때마다

깊은 구름이 달려왔다

나는 절망을 절정으로 바꿔 적기 시작했다

 

내가 건넌 것은 구름의 푸른 웅덩이

내가 지나야 할 곳은 푸른 웅덩이 속 검은 구름

 

나는 어제보다 느려졌고 나는 내일보다

조금 길다 그래서

모르는 것이 슬프거나 아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

언제나 처음인 저녁 쪽으로

마지막의 들판 쪽으로

 

그러니 이제,

당신의 안부를 묻지 않아요

묻은 것과 묻지 못한 기억 밖으로

여행을 떠나요

돌고 돌아 돌아오지 않을 쪽을 향해

당신의 짧은 눈썹에서 햇빛이 사라지기 전에

 

곧 흩어질 내 인사를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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