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xleft
허연, 칠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취향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시하, 일요일의 눈 2  (0) 2021.10.09
조용미, 정원  (0) 2021.10.09
나희덕, 푸른 밤  (0) 2021.10.09
김선재, 마지막의 들판  (0) 2021.10.09
성동혁, 1226456  (0) 2021.10.09
10-04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