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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하, 일요일의 눈 2

 서재는 어둡고 푸른 바다가 들어차 있다 메이가 파도처럼 깊게 롤로의 그림자를 밟는다 이렇게 달콤해도 괜찮은 걸까? 집은 광활하다 한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그 너머 붉은 벽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미로다 그 안에서 메이를 닮은 아이가 뛰쳐나오고 롤로는 아이와 눈이 마주쳐서 웃어버린다 당신과 정말 똑같은 검고 슬픈 눈동자! 미로 속으로 사라진 아이가 벗어놓은 노란 구두에 눈이 부시다 눈이 펑펑 내리는 일요일 아침 그들은 버섯 수프와 브리오슈를 먹고 진한 커피를 마신다 아침의 음식은 희고 부드럽다 메이의 목소리를 받아적는 일을 꿈이라 부르지만 그 기다란 식탁을 무어라 부를지는 알지 못한다 메이의 검음이 롤로의 흼을 잡을 때에야 알게 된다 세상에 이렇게 달콤한 건 죽음뿐이라는 것을

 

 이별은 없을 것이다

 일요일의 눈이 멈추지 않고 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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