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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우, 적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되짚어가고 있었다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너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무섭다고 말했지 불가사리 정도는 잠깐 예뻐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돌연 잠수부의 손짓이 떠올랐다 그날 네가 카페에서 치킨샌드위치를 주문했고 한 입 베어 물고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어 순간 빈 접시를 생각했다 내가 잊어버린 나를 더듬는 당신이 소름끼쳤다 견디기 어려운 소외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의미 없는 사물에 몰두했다 당신은 이별을 모르면서 이별할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펭귄과 너의 걸음걸이가 닮아 보였어 비로소 깜빡이는 전등을 응시했다 당신은 슬픔을 알면서 슬퍼할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다음 음악이 재생되고 있었다 더는 사랑이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묻지 않았다 당신의 기억 안에 당신은 없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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